새학년이다. 새롭게 디베이트를 시작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초반기의 우여곡절, 디베이트 코치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면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송원초등학교의 이형선 선생님은 2011년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 동안 광주송원초 6학년 1반 25명 학생을 대상으로 디베이트 수업을 진행하였다. 여기서 얻어진 <디베이트 수업에서 꼭 필요한 8가지 교훈>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1. 대뜸 디베이트와 만나게 하라.

디베이트를 처음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준비 과정에서는 담담하다가 디베이트가 끝나면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상기된 얼굴과 함께 흥분된 목소리로 “심장이 뛰어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다음 디베이트에서 이기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다. 디베이트는 참여자를 움직이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디베이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디베이트에 대해 따분하고 지루한 것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설령 자세히 설명한다 하더라고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대략적으로 디베이트의 개념과 형식을 설명한 후 바로 실습에 들어가는 것이 디베이트를 이해시키는데 효과적이다.
디베이트를 경험하게 되면 스스로 의문이 생기게 된다. 입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차질의와 교차조사가 무엇인지? 교차질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요약과 마지막 초점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많은 물음이 생기게 되고 질문하게 된다. 곧 학생들 스스로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 학급에서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왜냐하면 한 번 디베이트를 할 때 최대 인원이 8명이기 때문이다. 32명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4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처음에는 디베이트가 무엇인가를 소개하는 것이 큰 목적이므로 시간표에 이틀을 재량활동이나 특별활동 시간으로 편성하여 2시간씩 총 4시간을 배정하여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 조급함을 버리고 칭찬과 격려를 하라.

디베이트를 지도하다보면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디베이트 실력이 빨리 늘기를 바라는 조급함이다. 조급함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조급함이 생기면 학생들이 조금씩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는 기쁨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잘하는 것보다는 고쳐야할 점이 자꾸 크게 보이게 되어 강평을 할 때 칭찬보다는 지적을 하게 된다. 교사는 학생을 생각하여 잘못한 점을 지적하지만 정작 학생의 입장에서는 디베이트가 또 다른 지적의 대상이 되어 흥미를 잃게 된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디베이트를 좋아하게 해야 한다. 디베이트 자체는 재미있고 즐겁다. 문제는 강평에 있다.
일주일 또는 이주일 동안 나름대로 최선(자신의 수준에서)을 다하여 디베이트를 준비해서 참여한다. 디베이트는 게임과 같다. 디베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준비정도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무도 냉정하게 확인하게 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강평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과연 무엇을 먼저 해주어야 할까? 당연히 칭찬과 격려다.
그런데 조급함은 칭찬과 격려할 기회를 빼앗아 간다. 곧 디베이트 과정에서 학생들이 디베이트를 하는 모습이 기대치에 못 미치게 되면 교사 자신도 모르게 실망하게 된다. 이러한 교사의 마음이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달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이제 디베이트를 시작한지 1년, 아니 채 몇 개월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3. 처음에는 친근한 주제로 시작하라.

디베이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준비를 하다 보면 부딪히는 첫 번째 관문은 주제다. 곧 첫 주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디베이트의 포맷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일단 학생들에게 친근한 주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초등학교에서 일기 검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 ‘자리 배치는 학생이 해야 한다.’ 등을 들 수 있다. 친근한 주제는 리서치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평소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처음에 다룰 수 있는 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초등학생은 교복을 입어야 한다.
2) 체벌은 허용되어야 한다.
3) 초등학교에서 시험은 폐지되어야 한다.
4) 초등학생은 학원 수강을 금지해야 한다.
5) 각종 데이를 기념하지 말아야 한다.
디베이트 포맷은 한 달 정도 되면 익숙해진다. 한 달이면 두 번의 디베이트와 여섯 번의 참관 경험을 하게 되어 다음 순서를 말하지 않아도 학생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포맷이 익숙해지면 다양한 주제로 디베이트를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에서는 디베이트 주제를 3개월 단위의 대주제로 나누어 진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학교 현장은 방학이 있기 때문에 2개월 단위로 대주제를 나누어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에서는 8개의 대주제 학교와 교육, 가족과 생활, 사회와 문화, 환경, 과학과 기술, 법과 범죄, 정부와 국제관계, 윤리와 종교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소개하고 있다. 8개의 대주제를 참고로 하여 각 교과에서 토론을 할 수 있는 내용을 사전에 분석하여 학년교육과정에 포함하면 좋을 것이다.

4. 디베이트 팀 구성원에 변화를 주어라.

디베이트 포맷이 익숙해지는 한 달이 지나면 팀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좋다. 한 달이 지나면 습득의 차이로 인해 학생 간에 실력 차가 생긴다. ‘디베이트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팀을 재편성하여 새롭게 시작하는 분위기로 바꾸는 효과도 있다.
팀 편성은 학급 형편에 따라 교사 재량껏 하면 된다. 팀 구성이 교실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5. 동학년과 함께 하라.

학년 초에 동학년 선생님이 결정이 되면 협의를 통해 디베이트를 소개하고 함께 하면 좋겠다.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주제를 공유할 수 있고 지도상 어려운 점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디베이트는 대화와 타협, 상대방 의견 경청하기, 협력하는 태도 등 토론하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그 밖에 동학년이 함께 한다면 동학년 안에서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할 수 있다.

6. 학생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라.

디베이트 자체만으로도 학생들에게 자극이 되긴 하지만 2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새로운 자극을 주는 방법에는 동학년 또는 옆 반과 디베이트 배틀을 하는 것이다. 운동 경기가 몸으로 하는 게임이라고 하면 디베이트 배틀은 머리로 하는 지적 게임이다. 배틀에 참여하는 팀은 자기 반을 대표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디베이트에 집중하게 된다.
다른 방법에는 디베이트 대회가 있다. 이 방법은 동학년이 구성되지 않아도 학급 내에서도 할 수 있다. 이 방법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법은 케빈 리 저서(디베이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학급에서 대회 외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선생님이나 학부모를 초청하여 디베이트를 공개하는 것이다.
한 번은 교내 선생님을 대상으로 디베이트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계획에 따라 해당 학생들에게 선생님 앞에서 디베이트를 한다고 알려 주었다. 그때 우리 반은 디베이트를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된 시점이었다. 이때 나는 조급함으로 인해 디베이트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다. 나의 의문은 기우에 불과했다. 이 날의 디베이트는 나를 감동시켰다. 디베이트가 진행되는 내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아이들이 우리 반이 맞나’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과연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성장하게 했단 말인가? 평상시와 다른 것이 있다면 심판이 우리 반 학생에서 선생님으로 바뀐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대상이 바뀌었을 뿐인데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자극이 되었던 것이다. 디베이트 후에 소감을 물으니 “평소 보다 엄청 긴장이 되었다.”, “잘하고 싶었다.”라는 말을 통해서 디베이트에 임하는 자세가 평소와 달랐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일을 통해 나는 직접 경험(2회)뿐만 아니라 심판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경험(6회)한 것도 학생들에게 큰 공부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은 것이다.
이처럼 2개월이 지나면 배틀이나 대회 또는 공개와 같이 학생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대회를 통해 학생들은 많이 성장한다.

7. 지도 교사는 디베이트에 대한 경험치를 높여라.

학생들과 함께 교사 또한 디베이트를 많이 경험해 보아야 한다. 디베이트에 관심이 있는 선생님들과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겠다. 여기서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코치 일반 게시판에 케빈 리 대표가 쓴 ‘디베이트 코치라는 일의 장점’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네이버 카페 주소(http://cafe.naver.com/togetherdebateclub.cafe)에서 볼 수 있다.

역시 제일 큰 장점은 보람이지요. 학생들이 디베이트를 통해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이 뿌듯합니다.
그런데, 이 일이 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디베이트를 하면 머리가 좋아지거든요. 학생뿐만이 아니라 코치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과 같이 생각하면서, 아니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하면서 실은 디베이트 효과를 가장 크게 보는 사람이 됩니다.
디베이트를 모르던 때와, 디베이트를 알고 난 후, 또 디베이트를 좀 지도해보고 난 후, 그리고 디베이트를 오래 지도해보고 난 후 변화한 자신을 보면 제 말을 실감할 것입니다.
그러한즉, 저는 코치님들이 지도와 실습의 기회를 가급적 많이 가지도록 권합니다. 그 양이 코치님들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8. 지속적으로 하라.

위대한 수업의 저자 에스퀴스는 교실 문화 개선을 위한 네 가지 지침에서 ‘자신이 역할 모델임을 인식하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에스퀴스 선생님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레이프 에스퀴스, 에스퀴스 선생님의 위대한 수업, (서울:추수밭, 2011), p.26.

아이들이 항상 당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당신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당신이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착하게 행동하고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면 당신이 먼저 아이들이 지금껏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착하고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을 속이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 아이들은 그런 쪽으로 굉장히 눈치가 빠르다.

아이들이 디베이트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참여하기 바란다면 교사부터 일관된 관심과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디베이트를 시작했으면 멈추지 말고 학년이 끝날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 분명 1년 후 아이들은 상상 그 이상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한국디베이트신문  Editor@KoreaDebat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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