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중시. 전주교육지원청 홍성도 교육장의 업무 스타일이다. 요란함 없이, 한걸음씩 전진한다. 작년말 디베이트 코치 연수를 추진하더니, 올해는 26개 학교에서 디베이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수요급증’에 맞춰 두번째 디베이트 코치 연수도 지난주 마쳤다. 홍성도 교육장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묻자, 김순영 교육지원국장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과감하다는 생각이 들고, 하지만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판단이라도 주변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함께 전진하려는 자세가 느껴진다”고 평했다. 올해 디베이트를 특색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주교육지원청의 홍성도 교육장을 한국디베이트신문이 만났다. <편집자주>

홍성도 교육장

전주교육지원청에서 추진하는 디베이트 사업의 내용은?

올해 역점사업으로 ‘비판적 사고력 향상을 위한 디베이트 교육’을 할 것입니다. 디베이트 교육을 통해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하기 위함입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말 연수를 통해 35명의 디베이트 코치를 양성하였으며,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 1회, 학교당 1-2학급을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학교에 디베이트 코치와 코치 인건비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 사업이 정착되면 찬반토론의 활성화로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자기주도학습능력 신장에 의해 학력향상이 기대됩니다.

디베이트 매니아들 중에는 ‘좀더 세게 밀어부쳐주셨으면…’이라는 바램도 있습니다.

어떤 정책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녹녹하지 않습니다. 정작 현장에서 디베이트를 하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한다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크게 시작해서 작게 끝나는 사업보다는, 작게 시작해서 크게 끝나는 사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디베이트 사업을, ‘여럿이 함께 하는 사업’, ‘길게 내다보고 하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디베이트 코치 양성의 경우, 이는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연수 외에도 많은 경험이 필요할 것입니다. 제 판단으로는, 1년 이상의 경험치가 쌓여야 또다른 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올해 4월부터 전주에 디베이트 활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장의 반응은 어떻다고 듣고 계십니까?

다행히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호응이 좋다구요. 무엇보다 빠져나가는 학생이 없다고 합니다. 해서 조만간 저도 실제 디베이트 활동을 참관해보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디베이트 코치와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계십니까?

현재 전주에서 디베이트 지도를 하는 코치분들이 월 1회 모여 서로 활동을 평가하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이분들 모임에 가급적 참여하려고 합니다.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지원할 방법은 없는지 등을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들 활동이 잘 이뤄지도록 지원해서, 내년도에는 이들 디베이트 동아리들이 정식으로 교육청에 등록되어 지원금을 받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면 더욱 활성화되겠죠?

현장의 코치분들은 어떤 애로사항을 말씀하시던가요?

아직은 특별한 애로사항은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아직 디베이트 자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붐을 조성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그 방법을 생각 중입니다.

디베이트 활동에 임하는 학생, 학부모님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디베이트는 조급히 해결할 과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꾸준히 했을 때, 그래서 어른이 되었을 때 큰 효과를 보는 그런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5월에 열리는 전국 초중고 학생 디베이트 대회 참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디베이트 대회가 전주 지역 학생들, 학부모님들, 선생님들의 디베이트 안목을 크게 키워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해서, 교통편을 마련해서, 같이 가 참관도 하고, 경험도 해볼 생각입니다.

전주 지역에서 앞으로의 디베이트 계획은?

방학 때는 캠프를 해보고 싶습니다. 전주 차원에서 대회도 열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키워보고 싶은 생각도 있구요. 이렇게 해서 내년에는 훨씬 더 다양하고 큰 디베이트 활동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 교육에서 토론 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는 늘상 있어왔습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토론이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토론식 강의가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사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이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존의 일제식 수업이 실은 가장 쉽습니다. 결국 선생님들이 토론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주교육지원청을 운영하시는데, 특별한 철학이 있다면?

전주교육지청은 전북교육감님의 지휘 하에 움직입니다. 따라서 우선 중요한 것은, 교육감님의 뜻을 받들어 운영하는 것입니다. 교육감님은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늘 강조하십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교육’을 중시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에 다닐 수 있고, 행복한 학교 생활이 이뤄지는데 큰 관심이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소외된 학생들이 없도록,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학교 생활이 되도록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음은 홍성도 교육장이 올 4월 11일 새전북신문에 기고한 칼럼의 내용이다.

디베이트 교육, 평생 자산 만들어줘! 

한국 사람들은 표현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정치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가 합리적이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학부모는 자녀가 입시 위주의 수렁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면서도 스스로 그 수렁에 자기 자녀를 떠밀어 넣는 딜레마 속에 있다. PISA 2009 통계에 의하면 우리 학생들의 자기학습 관리 능력은 65개국 중 58위였으며, 학생들의 행복지수도 OECD 23개국 중 꼴찌로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낮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씩 공부하지만 장차 필요하지 않는 지식과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대한 공부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맞는 말이다.

21C 교육은 창의적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들의 생각을 옭아매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교사들은‘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올바르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무조건 암기하고 정답만을 외워서는 21C 교육에 대처할 수 없으며, ‘설명하고 대답을 요구하는 교실’에서 ‘생각하고 질문하는 교실’로 교실수업이 개선되어야 하며, 질문이 살아 움직이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이에 발맞추어 보다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한 교사들의 자구적 노력으로 과거의 획일, 강의, 암기 일변도의 방법으로부터 벗어나 교수법의 다양화, 학습하는 방법의 학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디베이트 교육이라고 본다.

디베이트 교육은 자기주도학습 및 비판적 사고력, 말과 글의 핵심 파악 능력, 순발력과 논리적 표현력, 팀워크와 리더십 등을 길러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디베이트는 네 단계로 나뉜다. 주제를 주면 스스로 자료를 찾고, 비판적으로 읽으며 자신의 논리를 세우고, 상대방의 논리를 들은 뒤 말하고, 평가를 받은 뒤 마지막으로 자신의 주장을 정리해 글로 쓴다. 디베이트는 웅변과는 다르다. 두뇌구조를 바꾸는 총체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일반 토론과도 다르다. 순서와 시간을 지키도록 해서 공정한 룰을 심어주고, 찬반이 명확한 주제를 잡아 서로의 논리를 비교하며 합리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격한 규칙을 정해서 활동하는 토론으로 리서치 훈련, 비판적 읽기 훈련, 스피치 훈련, 비판적 듣기 훈련, 에세이 훈련이 가능한 종합교육프로그램이 디베이트이다. 디베이트교육을 제대로 받은 학생들은 자기가 말한 만큼 상대방에게도 말할 기회를 준다. 상대방이 말할 때에는 그 핵심을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대화할 때 상대방을 존중하는 교육, 내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교육에는 디베이트가 효과적이다. 디베이트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된 학생의 부모가 “그동안 뉴스라면 관심도 없었던 애가 이제는 뉴스를 제일 좋아하게 되었어요. 신문도 읽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당연한 변화다. 꾸준히 디베이트를 하면 자기주도학습능력이 향상되어 21C 교육의 방향인 창의적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이 신장될 것이다.

전주교육지원청에서는 디베이트 코치를 양성하여 학교 교육활동에 지원하고 있다. 대상은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한 팀당 2～3명의 학생이 두 팀으로 나누어 매주 한 번씩 실시한다. 아이들은 세공되지 않은 보석이다. 이러한 보석알을 쉼 없이 빚어서 교육이라는 아름다운 별 밭에 빛나는 보석알을 가득히 심어가는 일은 우리 교사들이 할일이다. 아이들이 교육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는 교육, 아이들이 스스로 나서서 하는 교육, 교육현장에서 서로 배려하는 문화, 이런 것이 가능한 교육 모델을 찾아 실천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포인트는 Teaching(가르치기)에서 Education Activity Provider(교육 활동 공급자)로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한국디베이트신문  Editor@KoreaDebat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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