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전국 초중고 학생 디베이트 대회가 열리고 있다. 참가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힘들었지만, 재미있다"고 말한다. 디베이트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시지고등학교 허수산 학생에게 대회 소감을 물었다. <편집자주>

디베이트하는 허수산 학생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자면?

저는 올해 고등학생이 된 허수산입니다. 대구에 처음 도입된 디베이트 연수를 받은 어머니의 ‘임상실습’ 대상이 되어 지난 9월부터 디베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평소 학교공부보다 책읽기를 더 좋아하고 특히 만화로 읽는 인문고전 읽기를 좋아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은 <왜 도덕인가>입니다. 이 책은 보편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고 이후 가치 판단에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디베이트를 할 때 제 생각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었죠.

허수산 학생은 2회 연속으로 대회를 출전했는데, 이 대회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이 대회는 초보일지라도 4번씩 기회를 줍니다. 결국 경쟁이 아닌 배움 자체였습니다. 대회라고하면, 경쟁과 서열만 떠올리지만 이런 편견을 단숨에 깨주었습니다. 디베이트 대회가 아니라 낯선 누군가와 함께하는 배움의 장입니다.

2회 대회 때는 중등부로 출전하고, 3회 대회 때는 고등부로 출전했는데, 대회를 준비할 때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중등부에 출전할 때는 정보의 양에 신경을 썼습니다. 올해는 무조건 자료나 통계를 외우기 전에 자료를 분석하는 쪽으로 준비했습니다. 열개의 자료를 무작정 외우기보다는 한 개의 자료라도 꼼꼼하게 분석하고 쟁점을 찾는 점이 달라졌습니다. 솔직히 주제와 쟁점분석에 몰입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에요.

디베이트를 잘했을 때 좋은 점은 무엇이 있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디베이트를 통해 찬성과 반대를 모두 해 본 결과, 모든 쟁점에는 찬성과 반대의 이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와 대립되는 의견이 있다면 부정하기보다 왜 그런가를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즉, 남과 나를 골고루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죠.

이번 디베이트 대회를 준비하면서 즐거웠던 점과 어려웠던 점은?

가장 즐거웠던 점은 새로운 파트너를 찾았고 멋진 친구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어려웠던 점은 새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한 달 만에 파트너쉽을 길러야 했으니까요. 디베이트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팀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이번 디베이트 대회에서 쓸 비장의 카드가 있나요?

우리 팀의 비장의 카드는 주장하게 된 쪽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예로 들면 이번 대회의 주제였던 학교폭력의 경우, 찬성측이 되면 우리는 입시제도에 반대하는 학부모의 입장에 서, 반대측이 되었을 땐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교과부의 담당자 입장이 되는 거죠. 입안의 초시계가 돌아가는 순간부터 나는 내가 아닌 학부모 또는 교과부 관계자가 되어 주제의 쟁점에 몰입하는 겁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각오가 남다를 거 같은데,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승패를 떠나서 디베이트 자체를 즐기고 싶습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디베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디베이트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곳입니다. 나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면 편협한 시각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대가 있음으로 하여 다른 세계를 바라볼 수 있음에, 디베이트는 나와 너, 우리를 엮어주는 광장입니다.

같이 디베이트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디베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견을 나누는 태도,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디베이트를 하다보면 의견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상황에서도 상대가 있어서 나의 주장이 더 견고해 진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상대의 반박은 나의 주장을 발전시켜주는 양분입니다.

한국디베이트신문  Editor@KoreaDebate.org

<저작권자 © 한국디베이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