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최원형 코치가 기고한 디베이트 관련 에피소드다. <편집자주>

정체성의 혼란, 누나가 어려워!!

주말에 중학생 친구들과 디베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다섯 명의 친구들이 디베이트를 하는데, 남자친구는 한 명만 있어서 유일한 청일점으로 괄괄한 여자

친구들 속에서 홀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지요.

주말마다 여자 친구들 틈에서 디베이트를 한지가 얼추 반 년 정도가 지나다 보니 가끔 이 친구는 자신

의 성별을 잊고 상대를 호칭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됩니다.

사례 1) ‘정치인의 예능출연을 허용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입안을 해야 하는 우리 남자 친구. 같은 팀이

된 한 학년 위의 누나에게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 합니다.

"형! 이번에 주제 입안은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순간 정적이 흐르고 여자 친구들의 킥킥 거리는 웃음에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다가 마침내 호칭을 잘못

불렀다는 것을 인지하고 본인도 큭큭큭! 어느 새 토론장은 웃음의 도가니가 되었지요.

사례 2) 자신의 잘못된 호칭에 창피한 우리 남자친구,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다시는 호칭을 실수하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합니다. 전원교차 질의 전 프랩타임을 쓰면서 우리 남자친구는 상대편의 논리를

공략할 회심의 질문이 생각났습니다. 그러고는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누나에게 이야기 합니다.

"언니! 저쪽 팀 잘못된 논리를 찾았어!”

3초간 정적이 흐르고 더 이상 디베이트는 진행이 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하도 웃어서 전부 얼굴이

빨개지고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줄...

아~ 누나라는 말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빨리 우리 남자 친구의 정체성을 찾아주기 위해 남자

친구 한 명을 더 영입(?) 해야 하겠습니다.

한국디베이트신문  Editor@KoreaDebat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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