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부터 28일 이틀간 경기도 이천 아미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인문학 디베이트 교육봉사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선생님이 바라보는 학생이고, 두 번째는 학생이 바라보는 학생이고, 세 번째는 자신이 바라보는 선생님이다. 

우선 선생님이 바라보는 학생은 나쁜 학생, 좋은 학생이 아닌 학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봉사가 끝나고 내게 가장 오래 머물러 있던 화두는 ‘잘’이라는 단어와 ‘좋은’이라는 단어였다. 우리는 흔히 착하고, 내 말을 잘 따라주고,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을 좋은 학생이라고 지칭한다. 또한 전 세계 모든 어긋난 ‘teaching’은 여기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알려주는 사람의 입장에 서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교육봉사에서 우리는 단순히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때로는 지켜봐 주고, 때로는 칭찬해주고, 때로는 관심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다. 아마 그것이 선생님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여, 그 선생님의 줏대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라야만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례로 나는 이번 교육봉사를 통해 8명의 학생을 담임으로 만났고, 나의 가장 큰 목표는 학생의 단점을 덮는 장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힘들어했지만 동시에 열심히 노력했고, 자신감을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감을 얻었지만 거기에서 안주하지 않았던 친구들의 모습을 느낀 그대로 다시 이야기 해주는 과정을 수업 내내 되풀이 했다. 또한 단언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학생들은 초 단위로 흔히 일컫는 좋은 학생이었다가 나쁜 학생이 되곤 한다. 그런 변화무쌍한 아이들을 무엇으로 정의하려 든다는 것 자체가 참 바보 같은 행위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학생이 바라보는 학생은 어리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이던, 중학생이던, 고등학생이던 참 다를 바 없이 여리고 어리다는 생각이 봉사 내내 수도 없이 들었다. 고등학생이지만 초등학생하고 다를 바 없이 노는 것 좋아하고, 숙제는 싫어하고,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은 좋아하고, 수업시간은 지쳤다. 결국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학생들도 싫어했고, 내가 힘들어 했던 것들을 함께 힘들어 했다. 그런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이 친구들에게 너만 힘들어 하는 게 아니었다고, 나도 힘들었고 여기 있는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딱 하나만 바랐다. 나보다는 더 편안하게, 나 보다는 더 좋은 결과가 저기 있는 친구들에게 있기를 하고.

세 번째, 내가 바라본 선생님은 앞에 있지만 동시에 뒤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번 교육봉사 동안에 코치들은 학생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눈물을 흘렸고, 더 나은 자료를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새웠으며, 혹시나 내 수업으로 인해 디베이트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지는 않을까 고민했다. 또한 누구보다 학생들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펴야 했고, 힘들어 하는 학생 곁에서는 그 친구가 직접 했다고 느끼게 만드는 남모르는 도움을 던져야만 했다. 이걸 인지함과 동시에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어려운 직업인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총 감상평은 이렇다. 아이들에게 방학 중 이틀뿐인 디베이트 체험의 기회는 너무 짧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디베이트를 배웠을 때 힘겨움과 동시에 느꼈던 감정은 나도 생각을 한다, 머리를 쓰고 있다는 데에 대한 안도감이었다. 학생들이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보여준 가파른 실력의 향상도는 놀랍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었다.

끝으로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가장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시기를 학원과 고정관념으로 짓누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생각하고 존재를 증명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