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개봉하여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글러브’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최다 연승, 최다 탈삼진, 3년 연속 MVP라는 기록을 세우며 잘나가던 프로투수 ‘김상남(정재영)’은 음주폭행에 야구배트까지 휘두르는 사건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만다. 자숙하는 의미와 이미지 쇄신을 목적으로 매니저의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도착한 곳은 청각장애 야구부가 있는 ‘충주성심고등학교’. 그러나 자존심 강한 김상남은 교감 선생님의 계속된 권유에도 불구하고 자기 소속팀의 유니폼만을 고집하며 학생들의 코치가 되길 거부한다.

그러던 어느 날, 김상남이 충주성심고등학교 야구부의 유니폼을 입고 연습장에 나타났다. 비록 자기가 친 홈런 소리조차 듣지 못하지만, 글러브만 끼면 치고 달리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느낀 동질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충주성심고등학교 야구부의 김상남 코치’는 선수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스포츠 팀의 코치가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많다. 스포츠에서 유니폼은 사람의 소속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같은 유니폼을 입은 서로간 이해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시이다.

디베이트 코치에게 유니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2011년 12월 대구지역 교사대상 디베이트 코치양성과정 중 있었던 일이다. 디베이트 코치 양성과정 교육 커리큘럼에는 늘 실습이 포함된다. 이론 교육을 마치고 실습 순서가 되면 대부분의 학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긴장하고 발언을 꺼려한다. 실습 후 돌아가면서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어느 선생님께서 상기된 표정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학생들이 디베이트를 하려고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는지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됩니다. 학생들이 너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가면 학생들을 꼭 칭찬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디베이트의 교육 철학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디베이트 코치의 가장 중요한 것 의무는 ‘교육’에 있지 않다. 코치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함께 공부하고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디베이트에서만큼은 ‘코치’와 ‘티쳐’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이것이 디베이트 코치에게 실습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스포츠 팀의 코치가 선수들보다 공을 잘 던지거나, 잘 찰 필요가 없듯이, 디베이트 코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본다. 디베이트를 잘 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자세가 얼마나 준비되어있는가가 중요할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디베이트 코치는 실습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는 그 날이 하루 빨리 도래하길 바란다.

김상화 코치 /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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