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8시면 우리 집에 꼬마 친구들이 모인다. 초등학교 3학년 3명, 4학년 3명. 학교 다닐랴, 학원 다닐랴 바쁜 꼬마 친구들이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빠짐없이 모인다. 이른바 보라매 디베이트 팀. 올 봄부터 디베이트를 하였으니 벌써 9개월 남짓 되었다. 한 주는 디베이트 Topic 분석 및 이해, 또 한 주는 디베이트 실전. 처음에는 입안을 1분도 못한 녀석들이지만 이제는 제법 3분 30초, 4분 남짓 하니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이다.

그러나 발전에는 항상 부작용이 따르는 법. 초 3 아들의 주장에는 디베이트고 뭐고 할 것 없이 한 대 갈기고 싶을 때가 있다.

“이규땡, 공부 안 해?”
“아빠, 조금 있다가 할께요.”
“야! 임마, 조금이 대체 몇 시간째야, 빨리 안 해, 맞고 할 거야?”
“아빠, 어린이에게도 인권이 있어요. 그리고 아빠의 말씀은 아동학대죄에 해당될 수 있어요. 알아요?”
“뭐?”
“아빠 제가 지금 공부를 해야 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해보세요. 납득이 되면 할께요.”
“관둬, 임마.”

오늘도 한 차례 아들과 설전을 벌였지만 뭐 좀 안다고 인권이니 자유권이니 하며 능청을 떠는 아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나온다. 아마 아들은 우리나라에서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포맷이란 말을 알게 된 순위를 따지면 학생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다.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포맷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꼭 1년이 되었다. 경향 각지에서 화석화된 우리 아이들의 두뇌를 ‘살아있는 두뇌’로 개조하는 디베이트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열풍이 단발성이 아니라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란다.

다행히 우리 아이가 ‘살아있는 두뇌’ 상태에서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를 만날 수 있어 천만다행이다. 다소 부작용이 있지만....... 

이철호 코치 /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목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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