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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성장을 원하고 있구나!’소망교도소 2차 인문핛 디베이트 후기 - 최인자 전문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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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4  0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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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베이트코치협회’와 ‘사람후마니타스칼리지’가 협력하여 진행하는 <교도소 재소자 대상 디베이트로 읽는 인문학 프로그램>이 정식 출범했다. 운좋게 나도 그 멤버에 속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교도소에 대한 지식은 영화에서 본 광경이 전부였다. 하지만 케빈리 대표님과 김민영 단장님의 전반적인 긍정적 설명에 편견이 거의 없이 교도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입구에서 소지품과 신분증을 검사하고 통로를 지날 때마다 열쇠로 문을 따고 잠그고를 반복하는 모습만이 이곳의 특징을 보여주는 듯했다. 복도에 늘어선 다양한 소품들은 일반 기숙사를 연상케하는 풍경이었다. 
교실을 배정받았다. 책상과 의자를 코치님 방식대로 배치해도 좋다는 말을 듣고 혼자서 책상 배치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몇 분이 들어오셔서 “선생님 도와 드려요?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으셨다. ‘흠... 마치 말 잘듣는 고딩을 연상케하는 이 분위기는 뭐지?’라고 생각하며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책상을 마주보게 하고 싶어서요. 의자를 뒤로 빼고 책상과 책상이 마주 보면 좋겠습니다. 서로 의견을 말씀하실 때는 마주보는게 좋아서요.~^.^” 금새 힘센 장정 몇 명이 분주히 움직여 배치를 마쳤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1시 5분이 되었다. 하지만 학생분들은 보이지 않는다. 관계자분 말씀이 이곳에도 그 유명한 ‘코리안 타임’이라는게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란다. 잠시 후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오셔서 자리가 모자랐다. 학급의 반장같은 분이 들어오셔서 다시 명확하게 분반을 고지하셨다. 
드디어. 시작!!! 나는 공손히 나 자신을 소개하고 먼저 나의 입장이 여기 계시는 분들보다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상태여서 먼저 보고 와서 설명해 드리는 것이니 혹시 내가 설명하는 정보나 지식에 오류가 있으면 쉬는 시간에 오셔서 귀뜸해주면 감사하겠다는 말로 서두를 꺼냈다. PPT를 그렇게 열심히 보았지만 다시 보니 글씨는 왜 이렇게 작고 읽은 거리는 왜 이리 많은지.... 에라 모르겠다. 내 식으로 풀어야겠다. 20분만에 준비한 주제 배경설명을 마쳐야 하는데... 헉.헉.. 25분이 되어서야 겨우 마무리가 되었다. 놀라운 건 어쩜 그렇게 다들 집중하시는지. 거기다 누군가 졸리운 표정을 하면 옆에서 코치를 하며 경청을 한다. 설명 도중 둘러보니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말로 되내이고 옛날 이야기를 듣듯 참 잘 들어주신다.
이어 익숙한 듯 알아서 디베이트 찬반을 나누시고는 준비에 들어갔다. 디베이트 형식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마쳤다. 이어 각자 한 부분을 반드시 맡아야 한다고 하자. “선생님! 여기는 사회에서처럼 그리 공평하게 못나눕니다. 지들이 알아서 할게요~” 하신다. 그 말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웃음을 터트린다. 무언가 열심히 준비하고 얘기하고 상대팀의 의견을 듣다 자기 편에 의견을 더하고... 즐거워 보인다. 어쩜 저렇게 밝아 보이지? 신기하리만큼 분위기가 밝게 느껴졌다. 
 
주제는 <가축의 대량사육은 정당하다>
찬성팀의 의견은
첫째, 가축과 동물은 다르다. 가축은 인간이 식생활에서 꼭 필요하다.
둘째, 늘어난 인구에 대한 대책으로 가축의 대량사육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셋째, 스마트 농장 등 가축의 복지환경개선으로 대량사육 시스템을 개선하면 된다.
반대팀의 의견은
첫째, 동물도 인간의 한 종이며 종차별이다.
둘째, 대량사육에 대한 부작용으로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셋째, 과학기술의 발달로 단백질의 대체재 개발로 육식을 대치할 수 있다.
이다.
 
타이머와 남은 시간표를 꼼꼼히 챙겼지만 남은 시간표를 사용할 기회는 없었다. 찬성팀 2분15초 반대팀 2분 38초로 입안을 마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 짧은 준비시간으로도 우리가 인터넷 검색이 허용된 가운데 준비한 입안문과 별반 차이가 없는 입안문을 제시하셨다는 것이다. 다만 준비시간이 짧고 한정된 정보로 인해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양식의 각 순서(유인적 요인과 주제배경)들을 충분히 구사할 수 없었다. 이것 빼고는 논리와 주장은 탄탄했다. 쉬는 시간에도 입안문 작성에 열중하는 모습이 마치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뿌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반박과 요약, 마지막 초점은 모두 다른 분이 해야 한다고 고집스런 선생님처럼 웃으며 떼쓰듯 고집을 부렸다. 몇몇에게 몰아주기로 작정한 마음이 흔들림을 감지했다. 조금만 더 밀고 나가면 뭔가 한마디 하실 것 같아 “한 말씀만 하소서~~”하며 밀어 부쳤다. 드디어 찬성팀에서 먼저 들썩들썩하는 말들이 입밖으로 튀어 나왔다. 만약 대량사육을 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이 필요한 사람들은 고기 값이 너무 비싸서 빈익빈 부익부가 먹거리에까지 영향을 미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자연상태도 약육강식은 어쩔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반대팀에도 몰아주기를 해제하고 다른 분이 나섰다. 가축과 반려동물의 애매함을 꼬집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힘의 논리로 사회를 바라보면 되겠느냐며 전체 교차질의 마지막 초점을 마무리했다.
디베이트가 끝나고 솔직한 심정으로 우리가 일주일 동안 열린 조건 안에서 준비한 논거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 반박 후 교차질의에서 상대팀의 논거를 비판적으로 듣고 질문의 허점을 명확히 지적해낸 점, 모두가 진지하지만 즐겁게 참여해준 점, 몰아주기를 해체하고 각각 팀원 역할을 보여준 점들을 칭찬해 주었다. 
마지막 빵터진 순간은 반대팀 입안을 맡아 쉬는 시간에도 괴로운 듯 입안문을 작성하던 학생의 한마디였다. “선생님 여기는 전부가 고기에 환장한 놈들이 부지기수인데 대량사육을 어찌 막습니꺼?”였다. 수업을 마치며 책상을 정리하는 와중에 반대팀 입안자분이 내게 하는 말. “저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진짜, 진짜 기다려져요.”하고 웃으며 자료를 들고 나가신다. 그 말에 내 영혼이 반짝하고 빛났다. 비록 나오는 문 옆 쓰레기통에 버려진 자료가 몇 장 있긴 했지만 그런 것쯤이야 교실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이므로 대수롭지 않았다. 
쉬는 시간 학생들이 내게 좋은 의견을 내놓았다. 디베이트 주제를 직접 선정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주제로 디베이트를 하고 싶은지 의견을 물었다.
 
그 주제는 대략 이랬다.
1. 미투 운동관련 주제
2.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는 정당하다.
3. 사형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4. 경범죄자의 (50%) 가석방은 정당하다.
그 주제 안에 무언가 의지가 있어 보여 좋았다. 이렇게 적극적이라니...
다음 시간을 약속하며 교도소문을 나왔다. 
 
돌아오는 내내 맑아진 내 영혼가 충만함을 느꼈다. 좀더 자유롭게 그 분들이 책을 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더 많은 교도소가 인문학 디베이트 프로그램으로 연결될 수는 없을까? ‘사람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성장을 원하고 있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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