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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트는 토론보다는 공부 혁명, 혹은 똑똑해지는 방법”<케빈이 만난 디베이트 코치> 민병덕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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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1  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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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트 열풍이 불고 있다. 서로 다른 장에 있던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디베이트에 헌신하고 있다. 궁금하다. 어떤 사연으로 디베이트에 뛰어들게 되었고,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궁금증을 풀고자 케빈리가 한국 디베이트 코치 열전을 시작한다. 오늘은 현직 변호사이면서 디베이트 코치 활동을 하고 있는 민병덕 코치의 사연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 자기 소개를 해주시면?
안녕하세요? 저는 안양에서 ‘법무법인 민본’을 운영하고 있는 민병덕 변호사입니다. 2002년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현재 17년째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 현직 변호사로 일하시는데… 그런 분이 디베이트를 배우는 이유는?
변호사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논리적이며 말 잘하는 직업>이지요. 하지만 논리적이며 말을 잘한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법리에 입각한 판단입니다. 법 공부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훈련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사를 모두 법리에 의해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법은 세상의 일부이지요. 저는 세상을 보다 폭넓게 공부하고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젊은 시절에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보다 넓고 깊은 시야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니까요. 
디베이트는 그런 저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공부방법이었습니다. 그냥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디베이트를 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보다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거든요. 사람들은 디베이트가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토론에 불과하다고 오해하는데, 그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한 디베이트는 공부를 재미있게 하는 방법이고, 또 논리적 비판적 사고력 훈련을 할 수 있는 훌륭한 틀이었습니다. 
   
  토론 전문가 과정에서 발표하고 있는 민병덕 코치
 
* 법정에서도 치열한 디베이트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정에서의 경험과 지금 배우는 디베이트를 비교하자면?
법정 공방과 디베이트는 논리력으로 겨룬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좀 달라요. 법정에서 다투는 것은 주로 사실 관계나 책임 소재와 같이 구체적인 것들이고요, 좀 더 큰 틀에서 보더라도 무엇이 공정하며 합리적인가의 문제를 두고 겨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베이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겨루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자기 공부의 측면이 더 강해요. 상대방과 겨루는 과정을 통해 더 깊게 생각하고, 공부한 것을 내면화하는 과정이지요. 그런 점에서 디베이트는 토론보다는 공부 혁명 혹은 똑똑해지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 이번에 여주의 소망교도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도소 재소자 대상 디베이트로 읽는 인문학 프로그램> 코치로 참여했습니다. 그 동기는?
아내(=김민영 코치)가 이 프로그램의 추진 단장입니다. 다녀올 때마다 아내가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관심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그러더군요.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좌표가 필요한데, 재소자들은 잠시나마 그 좌표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라구요. 그리고 그 좌표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구요. 순간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변호사로서 오랜 시간 재소자들을 만나왔지만, 저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그저 우리 사회가 정해놓은 룰을 어긴 사람들로만 여겼던 것이지요. 그때부터 이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 변호사로 사건 관련자들을 대할 때와 이번에 디베이트 코치 자원봉사자로 재소자를 만날 때, 어떻게 다르던가요?
많이 다르더군요. 가장 다른 건 누가 긴장을 하느냐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변호사로서 재소자들을 만나면 통상 재소자들이 긴장을 하고 변호사는 여유만만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관계가 역전되었어요. 자원봉사이기는 하지만 디베이트 코치로 들어간 것이라 저로서는 잘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참가자들을 만나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재소자들 앞에서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고 긴장하기는 처음이네요 ㅎㅎㅎ.
 
* 이번에 자원봉사 중 재소자 중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고 하던데…
예, 제가 맡았던 사건의 당사자를 만났습니다. 21살. 젊다 못해 아직 어린 친구인데요. 그 친구가 그 곳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한국에 약 5만 명 쯤의 재소자가 있는데, 그 11명 클래스에서 그 친구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엄청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서 그 친구의 부모님과도 통화를 했어요. 너무 기뻐하시더군요. 비록 교도소 안이지만 좋은 기회가 주어진 만큼 디베이트 열심히 배우라고 격려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나오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이번 디베이트 자원봉사에서 진행한 내용은?
이번 주제는 <스쿼트 운동은 정당하다>였습니다. 집에서 하는 허벅지 운동이 아니고, 유럽에서 시작된 ‘빈집 점거 운동’을 말하는데요, 얼핏 들으면 매우 이상한 말처럼 들립니다. 아무리 비어있다고 해도 남의 집을 함부로 점거하다니요.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 운동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바로 사유재산 제도에 대한 정면 도전이지요.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는 자본주의에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권처럼 하늘이 내린 권리는 아니지요. 그렇다면 우리 인류는 언제부터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게 되었고, 이를 사회운영의 근간으로 삼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답은 바로 근대 시민혁명으로부터 찾을 수 있지요. 
근대 시민혁명이 우리에게는 민주주의나 인권, 자유, 평등과 같은 지고지순한 가치에 눈뜨게 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바로 전근대적인 봉건 시스템이 붕괴하고 새로운 경제 개념이 도입된 계기이거든요. 바로 자본가의 등장과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에 대한 공고화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때 공고화된 개념과 시스템 속에 지금도 살고 있구요. 
그러나 최근 전세계적으로 자본주의는 논란의 대상입니다. 우선 빈부격차가 아주 심각해졌습니다. 신자유주의 30년 동안 세상은 너무 변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자본주의 근간 질서를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이 부분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 재소자분들의 반응은?
생각보다는 훌륭하게 잘 소화하셨어요.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힘든 조건이고, 또 충분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하는 거라 걱정을 좀 했는데, 주제의 핵심을 파악하니 어렵지 않게 풀어 나가시더군요. 
 
* 강평 시간에 재소자들에게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정말 원더풀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재소자분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나 봐요. 디베이트를 통해 본 그 분들은 상당한 지적 능력과 호기심을 갖고 계셨어요. 만일 조금 더 일찍 그분들이 디베이트와 같은 사고력 교육을 받았다면 교도소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운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교도소에서 자원봉사를 마치고 나온 뒤 기념 사진. 
 
* 앞으로 디베이트 관련 계획은?
저는 현재 토론 전문가 과정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벌써 1년이 가까와오네요. 올 가을에 졸업입니다. 졸업 후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디베이트로 책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아내는 현재 한토대 평생교육원의 <디베이트로 읽는 인문학 100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부럽더라구요. 저도 부지런히 배워서 아내와 함께 인류가 남긴 100권의 책 읽기 그리고 디베이트 하기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 자녀가 3명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교육에 관심이 많으실 듯합니다. 자녀분들 학교의 운영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교육에 대해 한 말씀해주시면?
암기식 주입식 교육의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입시 위주의 교육 또한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도 다 알고 있고요. 하여 제가 또 한국 교육의 문제를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해결방안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답은 바로 디베이트입니다! 왜냐면 디베이트야말로 미래형 교육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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