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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좌표를 찾아 나선 13주간의 여정사람후마니타스칼리지 첫 학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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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7  09: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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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김민영 전문코치는 한국디베이트코치협회 교도소 인문학 디베이트 자원봉사단 단장을 맡아, 올  상반기 모두 13차례에 걸쳐 소망교도소를 다녀왔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것. 살고 있는 안양에서 소망교도소가 있는 여주까지를 감안하면 매주 하루를 이 자원봉사에 투자한 셈. 하지만, 오히려 본인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수혜자는 나"라고 말한다. 김민영 전문코치가 첫 학기를 마친 소감을 보내왔다.> 

우리는 살면서 때로 좌표를 잃곤 합니다. 다행히도 크게 벗어나지 않거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곧 궤도에 복귀해 왔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궤도를 심하게 벗어나거나 일탈해버려 복귀가 쉽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재소자가 유일한 존재는 아니지만, 대표적인 존재일 중 하나일 수는 있겠지요.  

『사람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이러한 재소자분들이 다시금 궤도로 복귀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좌표를 찾고, 또 다시 좌표를 잃지 않도록 말이지요. 그리고 그 힘은 인문학 디베이트에서 찾았습니다. 
 
‘인문학의 힘’은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살아갈 힘이라는 것은 이 세상이 어떠한지,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좌표를 아는 것이지요. 좌표를 아는 것은 살아갈 힘을 위한 초석입니다.
 
인문학 디베이트는 어찌 보면 어려울 수 있는 인문학적 주제들을 디베이트로 풀어 단시간에, 그리고 재미있게 문제의 본질과 만나는 놀라운 프로그램입니다. 10번에 걸쳐 <서구문명의 본질은 탐욕과 정복이다.>, <세계는 식량투기를 금지시켜야 한다.>, <북한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따라야 한다.>, <폭력의 근본원인은 소통의 부재이다.> 등의 주제를 다루며, 참가자들은 세계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 사고들의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적이고 거친 이야기들만을 주로 이야기하던 재소자분들이 어느덧 인권이나 정의, 세계 평화와 같은 가치적인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통일을 염원하고, 민족의 대화합을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날은 세계정세를, 어떤 날은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 반대편 인류를 이야기하였습니다. 한 주 한 주 어렵지만 흥미로운 주제들을 만나면서 재소자분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깨우치는 기쁨, 지적인 사고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때론 “주제가 너무 어렵다. 이런 걸 어떻게 우리한테 하라고 하나” 등 볼멘 소리도 터져나왔습니다. 하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그러한 불만보다는 “너무 유익하다. 이것 때문에 화요일만 기다리며 산다”는 반응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중반이 넘어가면서는 한쪽에서 관망만 하던 이들도 하나 둘 참여하기 시작하여, 종국에는 함께 하는 모든 사람이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디베이트에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급기야 참가자하신 분 중에 “여기서 나가면 디베이트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요!”라는 분도 나오셨습니다. 서른을 갓 넘긴 그에게 디베이트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관문처럼 보였습니다.  
 
『사람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재소자분들이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첫 학기를 통해 저는 그럴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역시 인문학의 힘은 높은 담장 안에 둘러싸인 이곳 교도소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더군요. 디베이트는 어려운 인문학을 재밌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도와주니, 인문학과 디베이트의 만남은 가히 환상적인 조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처음에 기획할 때는 혹시 함께 하겠다 하시는 코치님들이 안계시면 어쩌나 걱정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음이 곧 밝혀졌지요. 여기저기서 코치님들의 참여가 이어졌고, 결국은 너무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시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한 분당 한 두 번 밖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으니까요. 심지어는 전주에서 왕복 여섯 시간의 거리를 운전해 오는 코치님도 계셨습니다. 어떤 코치님은 인대를 다쳐 깁스를 한 상황에서도 목발을 짚고 참여하는 투혼도 보여주셨습니다. 역시 큰 틀에서 세상은 부조리하고 폭력적이지만, 작은 틀에서 개개인은 참 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이것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한 또 하나의 희망입니다.
 
처음 여주에 갈 때는 겨울이었는데, 어느덧 여름이 되었습니다. 재소자분들의 복장도 긴팔에서 반팔로 바뀌었구요. 우스갯소리이지만, 반팔을 입고 나타나시니 비로소 재소자 신분임이 더 실감이 나더군요. 팔뚝에 현란한 그림들 때문에...^^;; 그러나, 그 그림들이 제게는 더 이상 그들과 저를 구별하는 기준이 되지는 못하더군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써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이를 우린 동학, 혹은 학우라고 하지요?^^
 
마지막 날, <국내 최초 재소자 vs 일반인 디베이트 배틀>을 하는데 끊임없이 저와 눈을 마주치던 그분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눈빛은 저에게 단지 배틀에서의 자신들을 응원해달라는 것이 아닌, 삶에서의 자신들, 다시 세상에 나아가 살아갈 자신들의 삶을 응원해달라는 간절한 염원으로 보였습니다. 하여, 동학으로써 응원합니다. 두 손 들어 엄지 척! 할 수 있다고, 최고라고, 지금처럼만 하라고. 그러면 삶의 좌표를 찾아서 다시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고. 
 
ps. 재소자분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이 우리 사회에 함께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망각한 것이 아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소자분들의 회심과 안전한 사회복귀만이 우리 공동체의 안정적 존속을 위한 궁극적인 해법임을 인지한 결과이니, 이 점 깊이 양해바라는 바입니다. 다시금 재소자분들로 인해 인생에 작고 큰 상처를 입은 많은 분들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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