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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정주고등학교 디베이트 캠프를 마치고12월 22일...6개 클래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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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07  07: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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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12월 22일 열린 정읍 정주고등학교 디베이트 캠프에 코치로 참석한 이은주 전문코치의 후기이다. <편집자 주>

월요일 - 국제 전화의 위력

낮 12시 46분. 의문의 국제전화가 걸려옵니다.

스팸인 줄 알고 본능적으로 거절하려고 했는데, 대표님 성함이 딱 찍혀 있네요.

"아니, 대표님! 카톡 전화 안 쓰시고 왜 국제 전화를?"

"내일 시간 있습니까?"

"네? 내일 벌써 귀국하세요? 꽃 들고 인천공항 나갈까요?"

"아, 빨리! 내일 시간 있어요, 없어요?"

"내일 언제요?"

"오후"

"한 타임 있긴 한데... 진도가 빨라서 휴강 예정이지만... 근데 왜요?"

"OK"

뚜뚜뚜~~~

통화 시간은 30초.

이게 뭔일인가 싶었습니다.

오후 2시 40분. 단톡방이 개설됩니다.

두둥! 화요일, 그러니까 바로 다음 날 정읍에 있는 정주고등학교 수업을 나가라는 지령이 내려졌습니다.

정...정...정읍이요? 편도 270km... 예전에 혼자 운전하고 오간 경험이 있어서 나름 잘(?) 아는 길.

잠시 자가운전을 고민하다가 새벽독서를 배신할 수 없어 SRT 표 예매.

동시에 정주고등학교 홈피에 들어갔습니다. 정주고등학교는 거의 40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정읍의 명문 학교랍니다.

화요일 - 아이들의 저력

고1 총6학급 3시간 수업.

주제 "방역을 위해 경제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다."

 

​주관하신 정주고 정찬영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이런 세계가 있구나. 재미있다. 또 하고 싶다." 이 세 가지만 느껴도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스물세 명의 여학생 반을 담당했습니다.

토론 실습 경험이 있는 친구는 세 명, 퍼블릭포럼 디베이트를 들어봤거나 해 본 친구는 두 명.

고1 국어 과목에 토론 단원이 들어가 있는데도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실습을 못한 듯 싶었습니다.

 

PPT 수업, 즉흥연설, 입안문 작성, 역할 분담, 실습...

세 시간은 쉬는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흘러갔습니다. 인원이 많아 각 7명씩 찬반 팀, 9명은 심판단(그 중 한 명은 타임키퍼, 다른 한 명은 중간에 보건실)으로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재 꼼꼼히 읽으며 자료를 찾고, 제 폰 빌려서 또 찾았습니다.

반대 팀이 입안문 유인 요소를 어려워하기에 제가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요새 상가들 보면 여기저기 '임대' 글씨가 붙어 있다. 그만큼 자영업자들 타격이 크다. 나라에선 문 닫으라 하고,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고, 내 수입은 0이고, 지옥 문이 열린 거다...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아하~"

근데 잠시 후에 들여다 보니 다른 방향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까 선생님 말씀이 좋은 것 같았는데, 체감이 안 돼요.

이 근처에서 '임대' 붙은 상가 본 적이 없거든요.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유인 요소를 찾고 싶어요."

어머나! 스피치의 기본! 청중을 고려한 말하기!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고민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양측의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놀라운 것은 시간을 남긴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전에 디베이트 포맷 숙지가 안 되어 있었고, 주제도 모르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알고 보니, 독서 수업과 동아리가 활발한 학교라고 합니다. 역시 책의 힘!!!!)

 

팽팽한 경기가 끝나고 심판단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탕 하나 걸리지 않았건만 이긴 팀은 교실이 떠나가라 환호했습니다.

진 팀은 아낌없이 물개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인성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자는 아이들도 있었고, 마스크 벗고 떠드는 친구들도 있었으며, 탭북으로 영화 보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 어떤 리액션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저는 속으로 '큰일났다'만 외쳤습니다.

음... 이 수업을 잘할 수 있을까? ... 세 시간 뒤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팀이 결성되고 역할이 주어지자 아이들이 진지해졌습니다.

머리를 맞대며 생각을 공유하더니 결국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마쳤습니다.

처음이라더니 이럴 수가!

아이들의 저력에 감탄만 터져 나왔습니다.

 

이래서 수업하는 맛이 납니다.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수업.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수업.

선생님은 그저 코치가 되는 수업.

이것이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 믿습니다.

소수 엘리트가 아니라 다수를 향한 수업.

이것이 학교 수업이 보람차고 즐거운 이유입니다.

좋은 기회 주신 정찬영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함께하신 김민영, 손은영, 오유경, 최인자, 이진아 코치님 영광이었습니다.

아낌없이 자료 공유해 주신 허향숙 코치님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