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론대학 청소년 자원봉사단에서는 기존의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 대상을 유치원생으로까지 넓혀 진행 중이다. 처음으로 열린 유치원생 대상 디베이트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한세린 학생(서울 원촌중학교 1학년)의 참가 후기를 싣는다. 참고로, 이번 디베이트 자원봉사 활동은 코로나를 감안,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후문에 따르면 학생들은 1시간 자원봉사를 위해 3일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서울 원촌중학교 1학년 한세린 학생

2021년 1월 9일부터 매주 토요일 세 차례,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디베이트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1월 9일의 첫 번째 수업은 즉흥연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두 번째 수업은 ‘어린이는 혼자 자야 한다.’라는 주제로, 세 번째 수업은 ‘꼬마 토마토보다 바나나가 낫다’라는 주제로 디베이트를 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이뤄지는 마지막 수업은 ‘유치원에 꼭 가야 한다.’라는 주제로 디베이트를 할 예정입니다. 오전에 5명 클래스, 오후에는 7명 클래스로, 총 2 클래스 12명의 유치원생이 대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없다 보니 많이 걱정했습니다. 동생이 물어보는 것을 알려준 정도가 제 경험의 전부였습니다. 자원봉사를 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재미있을 것 같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한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자원봉사라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속으로 “학교에서 PPT를 이용하여 발표를 해본 것을 참고삼아 아이들에게 디베이트를 재미있게 가르쳐 주겠다.”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이 수업이 아이들에게 훗날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봉사에 임했습니다.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가 한정되어 있어, 무슨 용어를 쓰고 무슨 용어를 안 써야 할지 구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용어가 이해가 잘 안 되면 그 문장도 이해가 안 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입안하기는 ‘주장하기’, 교차질의는 ‘질문하기’ 등으로 설명을 하였습니다. 또 유치원생을 가르치시는 피아노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최대한 짧고 간결하고 굵게, 아이들을 수업에 많이 참여시키면서’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듣기엔 쉬웠지만, 이 조언대로 교안을 준비하는 것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어려웠습니다.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제일 많이 쓴 말은 “여기까지 이해됐어요? 혹시 질문 있어요?”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 설명을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했을까 봐 걱정이 많았던 겁니다. 하지만 우리 수업을 듣고 이해가 됐냐고 물었을 때, 아이들이 힘차게 ‘네!’라고 대답해주니 보람차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실제 수업은 준비 과정보다 쉬웠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엄청나게 잘 따라와 줬습니다. 대답도 잘해주고 수업 내용을 이해한 것 같아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르는 것은 몇 번 정리해주면 바로 척척 이해했습니다. 입안과 반박을 할 때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을 정도로 잘했습니다. 수업하면서 내내 속으로 감탄했습니다. 말도 또박또박 잘하고 적극적으로 디베이트에 참여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간혹 질문했을 때 아이들이 바로 대답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심장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차가 있었을 뿐이지 아이들은 곧 자기 생각을 끄집어내어 대답했습니다. 끝내 우리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학생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면 선생님의 입장으로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래서 우리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대답하기를 원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자원봉사를 계기 삼아 앞으로 저도 선생님들의 질문에 열심히 대답할 것입니다!!

우리 팀은 이론 설명, 디베이트,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수업을 하였습니다. 이론 설명은 최대한 쉽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조금 길어지면 아이들이 살짝 피곤해는 것 같았습니다. 디베이트의 찬반 팀은 아이들이 원하는 쪽을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본인들이 특별히 원하는 쪽이 없으면, 우리 주니어 코치가 정했습니다. 이후 소회의실로 들어가 코치들이 한 팀씩 맡아 디베이트 준비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로부터 주장이 나오기 힘들 것 같아 제가 몇 개 만들어 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설명해주면 자신의 주장이 나와서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저는 칭찬을 잘 못 합니다. 그런데도 정말 열심히 칭찬을 해주며 디베이트를 준비했습니다. 디베이트할 때 상대 팀이랑 교차질의와 반박을 하려면 필기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필기를 못 할 것을 저희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화면 공유로 저희가 타자해서 아이들이 볼 수 있게 대신 필기하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교차질의와 반박도 무사히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시간이 남으면 게임을 했습니다. 가장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끝말잇기였습니다. 끝말잇기를 하다가 어떻게 끊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이들이 좋아했습니다.

이 봉사 활동을 현장에서 하지 못해 굉장히 아쉽습니다. 아이들을 직접 만나 수업을 하면 더 재밌고 아이들도 더 잘 이해했을 텐데 말입니다. 아이들을 정식으로 가르쳐보게 되어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배운 점도 많습니다. 앞으로 PPT도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런 봉사 활동을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그때는 훨씬 잘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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