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 5:30 서울역 대합실
매주 화요일 새벽. 서울에서, 분당에서, 일산에서, 광주에서 그리고 태안에서 10명의 코치들이 모인다. 태안의 김혜란 코치는 천안 또는 대전에서 합류하기 위해 그 전날 움직였을 것이고 광주 김정례 센터장은 교통편이 모호해서 이미 대구에서 1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새벽 바람이 추워 코치들은 늘 알래스카의 썰매 끄는 사람 마냥 하고 나온다. 식구들의 아침까지 준비해놓고 나오려면 거의 잠도 못 잤을 것이다. 서경옥 코치는 게다가 우리를 위한 따뜻한 죽까지 준비하는 수고를 잊지 않는다. 대구행 ktx 첫 기차는 9명 디베이트 코치들의 조용한 수다로 데워지고 있었다.    

#2. 아침 9:00 율원중학교
모든 학교의 아홉시는 같지만, 이 학교의 아홉시는 다르다. 율원중학교, 대구 각 지역 200여명 초중고생의 어머니들이 강당을 소리 없이 가득 메우는 그 시간. 저마다 손에 리서치 자료를 들고, 주변사람과 의견 나누기에 바쁘다. 아침부터 학생처럼 진지하게 공부하는 엄마들을 내내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다. 오늘의 디베이트를 위해, 전날 하루 종일 이론 강의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 식구들의 저녁과 일상을 챙기고, 늦은 밤에야 숙제를 시작하셨으리라. 새벽녘에야 하루를 끝낸 사람들이 열명의 코치뿐만 아니다. 디베이트를 시작하면 이 정도는 즐겁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적어도 이젠 1천명 이상 생긴 것이다.

#3. 11: 00~4:30 각 교실
200여명의 어머니들이 10개 반으로 나뉘어 디베이트를 한다. 한번은 찬성팀에서 또 한번은 반대팀에서, 그리고 마지막 결승까지. 모든 어머니들이 하루 동안 2회~3회의 디베이트를 거친다. 얼마나 고된 일정인가. 그러나 대구에서 시작된 디베이트 열기는 숙명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들이 이렇게 잘 하시니! 디베이트가 왜 이제야 우리에게 왔냐는 애교 섞인 어머니들의 항의는 과장이 아니란 걸 실감했다. 풍부한 배경지식과 논리력, 세련된 스피치 등 매번 따로 강평이 필요 없을 정도의 실력을 발휘하셨다. 다들 디베이트는 처음이실 텐데, 그만큼 열심히 진지하게 준비하고 임하셨다는 거다. 이런 분들이 바로 대구의 학부모님들이다. 덕분에 한분 한분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소중한 디베이트의 홀씨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4. 에필로그
아래서 위로. 교육의 흐름도 이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좋은 컨텐츠를 요구하고, 학교나 관계기관이 그것을 위해 아낌없이 서비스해야 한다. 마치 아래서 위인 것 같지만 사실은 위치의 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과 학부모이다. 1천명 학부모 코치연수는 그런 흐름을 돌려놓는 것이어서, 교육청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더욱 의의가 있다. 또한 그것은, 디베이트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관계기관의 주도력, 현장의 적극성, 학부모의 참여가 하나 된 좋은 교육 명화 한 편을 보았다. 학부모 코치 1천명 양성이 1달 안에 가능하다고 믿는 대구교육청이 아니었다면, 교육청을 믿고 따르는 교사와 학교가 아니었다면, 그러나 무엇보다도 어머니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엄청난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1천명 학부모 코치양성이라는 새로운 역사가 그래서 이루어졌다. 서울로 돌아오는 열차 안, 코치들은 그 역사와 함께 해서 행복했다.

박수희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대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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