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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리로 명쾌하게 해석하는 중국 문명"2월 22일 제21회 인디월 초대 손님 김형자 선생님 인터뷰
김민영 기자  |  ninesea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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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07  08: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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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론대학>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온라인에서 <인문학 디베이트 월례모임(이하 인디월)>을 열고 있다. 전국 디베이트 코치와 각계 전문가를 모시고, 다양한 인문학 관련 지식과 사유를 나누며 이를 디베이트로 풀어보는 자리이다. 벌써 21회. 그런데 이번 2월 22일 열리는 인디월에는 <인문지리를 통한 문명의 이해>라는 새로운 관점이 소개된다는 소문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인디월 진행자 김민영 부교수가 미리 살짝 만나보았다. 어떤 분이신지, 또 이번 인디월에서 해줄 이야기는 무엇인지. <편집자 주>

1.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한서고등학교에서 역사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 김형자입니다. 동국대학교에서 조선 후기 사상사 관련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현재는 한국토론대학의 토론 전문가 과정(17기)과 인문학 100권 디베이트 과정 헬레니즘편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2. 세계사 선생님이 디베이트를 하는 이유는?
“역사 토론수업은 학습자가 주체적으로 인류의 삶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 제 생각에는 역사과목이야말로 디베이트 수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의 역사공부는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는 쪽에 강조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역사과목이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실 저 역시도, 제가 그렇게 배웠기에, 똑같은 방식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지식전달 중간 도매상인’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 스스로 “과연 올바른 역사수업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졌습니다. 답은 (1) 객관적 사실을 이해하고, (2)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하며, (3) 서로 다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4) 문제점을 인식하는 역사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토론식 수업‘이라는 개념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역사는 참고서 정답표나 확인하는 과목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역사를 재해석하는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해석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갈 때 위험성은 다 아실 겁니다. 다양한 역사해석을 통해 역지사지할 때,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가치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3. 이번에 선택하신 책 <중국의 과학과 문명 I>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
‘중국을 사랑한 남자’ - 제가 이번 달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책은 조셉 니덤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 I>이라는 책입니다. 이번 2월 한국토론대학의 새벽독서마당 <이 달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케빈리 교수님께서 간단히 설명해주셨기에, 저는 보충하는 정도로 소개하겠습니다.
‘서양인들의 중국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준 책’, ‘중국인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뛰어난 중국의 과학을 깨우쳐준 책’ - 조셉 니덤은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후, 동대학에서 생화학을 지도하는 교수였습니다. 우연하게 니덤은 중국 유학생 루이구와 친하게 지냅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역사, 문화, 과학 등에 관심을 가집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학술연구원으로 중국에 파견되어, 중국을 직접 탐사하고 연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니덤은 중국의 문명과 과학이 유럽보다 뛰어났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후 본격적인 중국의 지리, 역사, 과학, 문명의 특징에 대해 연구합니다. 그 결과가 이 책으로, 1956년 3권을 처음 발간했습니다. 지금까지 27권의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유럽 사람들은 중국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습니다. 중국 사람들 스스로도 중국의 기술, 우수한 과학이론에 놀랐습니다.

4. 제가 알기로는 E. H. Carr가 이 책을 지난 10년간 캠브릿지 대학에서 발간된 최고의 저작으로 꼽았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유럽사의 변동 : 낙관주의에서 회의주의로의 반성적 시각> - 조셉 니덤의 책을 읽다보면, 18, 19세기 유럽의 역사학자들이 서구 유럽을 제외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지역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문명은 후진적으로 여겼습니다. 간혹 유럽의 것과 비슷한 발명 발견이 있었다고 해도 ‘유럽에서 전달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베이컨은 인쇄술, 화약, 나침판을 인류 발전의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죽을 때까지 그것이 중국에서 발명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서 니덤은 ‘중국이 인류의 주류사 밖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시각을 서구인들에게 던졌습니다.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니덤은 중국 문명의 독창성, 우수성에 대한 자료를 그야말로 ‘엄청나게’ 연구했습니다. 나중에는 캠브리지 대학도 니덤이 중국 과학사 연구에 매진하도록 적극 지원합니다.
E. H.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니덤의 성과를 예로 들며, 영국 역사학자들의 오만과 나태함을 지적합니다. 지난 과거 유럽의 영광에 도취되어 뚜렷한 연구실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니덤의 연구업적은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특히 역사가가 아닌 과학자의 자격으로 이런 성과를 이뤄낸 것은 과히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E. H. Carr의 극찬이 아니더라도, <중국의 과학과 문명>은 이미 세계사적 연구 결과물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생각이 듭니다.

5. 이 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미리 좀 알려주신다면..?
<‘인문지리로 해석하는 중국 문명’에 대한 시각을 배워보는 시간> - 원래 이 책은 중국 과학 문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쓰여졌습니다. 조셉 니덤은 그 선행 작업으로 제1권에서 중국 지리적 환경의 특징, 역사를 개괄적으로 소개합니다. 그는 중국의 자연환경, 기후, 인구수 등의 인문지리 특징과 중국의 역사를 알아야 중국 과학에 대한 이해가 쉬워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조셉 니덤은 중국의 지리적 환경이 다른 문명의 그것과 매우 다른 점에 주목합니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유럽 등의 지역은 지역간 교류를 방해할 만한 큰 산맥, 사막, 바다 등의 제약이 적었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그 자체가 섬처럼 고립된 자연지형을 갖고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고비 사막과 초원, 서쪽으로는 티벳 고원 / 히말라야산맥 / 곤륜산맥, 동쪽으로는 태평양, 남쪽으로는 밀림이 가득하여 교류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그를 제외하고도 워낙 컸습니다. 거대한 강들이 여럿 있어 중국 전역을 흘러갔습니다. 이 덕에 밀농사, 벼농사 등의 농경문화가 자리를 잡게 됩니다. 특히 황하, 양자강 등의 관개수로 개발은 역사적으로 중국 발전의 핵심 요소로 부상합니다. 조셉 니덤은 이러한 인문지리를 기준으로 중국을 5대 경제권역으로 구분합니다.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조셉 니덤 특유의 관점입니다. 이 관점이 저에게는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이번 한국토론대학 인디월에서 소개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관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조셉 니덤이 원래 이 책에서 의도했던 ‘중국 과학사의 발전에 대한 이해’는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인디월은 ‘인문지리로 해석하는 중국 문명’이라는 시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6. 세계는 격변기에 있습니다. 향후 세계사의 변화에 대해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있을까요?
저는 조셉 니덤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 I>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면서, 세계 문명 그리고 그 속의 각 국가들이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삶에는 지리적 환경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사시대, 고대국가 시절에는 더욱 컸겠지요. 하지만 현대로 오면서 인간들은 자연적 환경의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하는 것같습니다. 글쎄요, 여전하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최근 화제가 된 <지리의 힘>이라는 책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결국 이번 <중국의 과학과 문명 I>에서 보여준 ‘중국 문명의 인문지리적 해석’은 ‘중국문명의 고립성과 독창성’을 설명하는데 대단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런 시각으로 다른 문명권을 이해한다면 지금까지는 지나쳤던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듯합니다.
향후 세계사의 변화에 대한 질문하셨습니다. 답변하기 힘든 질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변화 역시 ‘세계의 인문지리’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나아가 그 인문지리를 적극 이해하고, 활용하는 나라가 향후 시대적 변화를 주도할 듯합니다.

7. 이번 디베이트 주제가 독특합니다. 미리 배경 설명을 좀 해주신다면?
<논제 : 위촉오 삼국전쟁에서 위의 승리는 예견되어 있었다.> - <중국의 과학과 문명 I> 중 4, 5, 6장의 내용은 중국의 지리해설, 역사해설이 대부분입니다. 이번 디베이트의 논제 역시 그 이해와 관련된 것입니다.
기존의 중국사는 왕조사, 인물, 제도사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과학과 문명 I>에서 니덤은 중국만의 독특한 지리적 환경에 주목합니다. 특히 강에 주목합니다. 황하, 양자강, 주장강, 요하, 흑룡강 등의 강들과, 그와 관련된 치수, 관계사업이 중국왕조들의 최고의 우선 순위 사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통치자들은 치수를 장악하여 경제적 발전을 이뤄내면 통일왕조로 번창할 수 있었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니덤은 지역적 지리구분을 통해 중국 역사의 발전과정을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을 중추 5개권으로 나누어 왕조사의 변천을 설명합니다. 황하 중심의 관중 / 중원지역, 양자강 하류지역의 권역, 사천지역의 권역, 산서지역 권역, 양동 (광동, 광서) 지역의 권역이 그것입니다. 황하 중심의 관중 중원지역을 차지한 왕조는 이후 나머지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에 사활을 걸게 되고, 결국 양자강, 사천까지 차지한 왕조는 통일왕조로 거듭나게 됩니다.
기존의 중국사 이해방식은 위촉오의 지정학적 특징을 경시합니다. 그보다는 주요인들의 출생지, 세력 다툼에 주목합니다. 그러나 니덤의 해석은 다릅니다. 각 지역의 경제력 향상이 어떻게 중심부의 저항세력으로 귀결되는지를 그려나가면서, 왜 중국 역사가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를 제시합니다.
이번 논제를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생활지리 (산맥, 주요 강, 도시), 중국의 왕조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제자백가 중심의 사상, 문인관료제 등에 대한 종합적 고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번 주제와 <중국의 과학과 문명 I>이란 책을 통해 ‘문명을 이해하는 키워드 - 인문지리’라는 시각을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 책을 제게 적극 추천해주신 케빈리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김민영 기자  ninesea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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