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이 진행한 화성의 병점중학교 디베이트 캠프에 참여한 김미숙 코치가 기고한 후기다.<편집자주>

친절한 네비서^^(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서 향했던 병점중학교. 어찌된 일인지 학교 근처에 도착(12시 15분)해서는 네비서도 길을 잃고, 나도 길을 잃고...한참을 돌고 돌아 12시 30분 학교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면서, 근처에 두고도 헤맸다는 사실에 어이없기도하고, 춥기도 하고, 오늘 캠프에서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설레기도하고...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른 코치님과 디렉터님을 보니 반가왔다. 

학교에서 우리를 반겨주신 남자 선생님의 안내로 단아한 미소가 인상적인 교장 선생님을 먼저 만났다. 먼저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시면서 따뜻한 차를 내주셨다. 지난 가을 교정에 있는 모과나무에서 수확한 모과인데, 손수 담그신 거라고, 모과차 마시러 언제든 들러달라고 하셨다. 우리 코치들이 행여라도 긴장할까봐 살펴주시는 마음이 참 따뜻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모두 50명 가량. 10명~12명씩 4개의 반으로 나누어 반 배정을 한 후, 각자의 반으로 흩어졌다. 내가 맡게 된 반은 3반. 12명의 학생들의 명단과 이름표, 교재와 읽기자료를 받은 후 캠프3반으로 배정된 2층의 2-2교실로 올라갔다. 교실로 들어가니 모두들 밝은 얼굴로 반겨주었다. 2학년 4명(남학생1/여학생3), 1학년 8명(남학생2/여학생6)이었다. 

먼저, 인사를 한 후, 학생들과 각자 나와서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사의 내용에 이어 이번 디베이트캠프에 참가하게 된 동기와 디베이트 캠프에 거는 기대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방학중, 친한 친구들과 의미있는 것도 배우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어서 이번 캠프에 신청하게 되었고, 좀 더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에 대해서 배우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1학년 한 여학생은 '엄마와의 말싸움에서 꼭 이겨보고 싶어서요.'라는 자신의 동기와 기대에 대해 말하는 친구에게는 모두 큰 웃음과 함께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2학년 남학생 한 명은 벌써 대입을 위해서 디베이트가 꼭 필요할 것이라는 말을 해서 듣는 아이들이 모두 '와아~~'라는 다소 무거운 탄성을 보내기도 했다.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마친 후, 이번 디베이트 캠프의 일정을 학생들에게 알려준 후, 학생들이 이해하는 디베이트는 무엇인지 먼저 물어본 후, 디베이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때, 디베이트 헌장을 함께 큰 소리로 읽은 후, 한문장 한문장씩 짚어주면서 디베이트를 하는 것의 목적과 효과가 무엇인지, 디베이트를 통해서 우리가 추구하고 지향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자세와 태도로 디베이트에 임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학생들이 무척 진지하게 열심히 메모를 하면서 듣는 모습이 좋았다.

이어서 우리가 이번 캠프에서 함께 배우게 될 디베이트의 형식이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라는 것과, 순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 교재 5쪽에 나와있는 포맷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 후, 오늘 함께 하게 될 디베이트 주제를 공지했다.

읽기 자료를 미리 읽어오지 않았음을 고려하여 학생들이 한사람씩 기사 하나씩을 맡아 소리내어 읽으면, 다른 학생들은 그 자료를 눈으로 함께 읽으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읽는 도중에는 우리가 오늘 디베이트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도록 했더니 학생들의 자료 이해정도가 훨씬 높아졌다.

자료읽기를 마친 후, 팀을 나누었다.

팀을 나눌 때는 앉은 자리에서 가까운 사람들을 같은 팀으로 정했다. 3명씩 4팀(이 중 한 팀은 남학생팀)으로 나누어 2라운드의 디베이트를 진행하게 될 것임을 아이들에게 주지시킨 후, 동전던지기를 통해서 찬반, 발언 순서를 정했다. 그런 다음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도록 한 후, 20분의 준비시간을 주었다.

나의 놀람은 준비시간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서로 의견을 내고 입안과 예상되는 반박, 요약과 마지막초점까지 준비하는 모습이 감동 그 자체였다. 게다가 미리 집에서 입안의 개요까지 짜오는 친구가 있었는가하면, 원고까지 집에서 써온 학생도 있었다. 배경 지식이 상당해보이는 친구도 있었다. 이 학생은 특히 교차질의에서 돋보였다. 준비하는 동안 수시로, 각각의 순서의 핵심이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질문했다. 한 학생이 흐름을 이렇게 주도해주니까 다른 학생들도 자연스레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디베이트준비에 몰입할 수 있었다.

드디어 디베이트 시작. 1라운드는 남학생팀과 여학생팀의 디베이트였다. 남학생팀이 찬성, 여학생팀이 반대입장에서 디베이트를 진행했는데 탄탄한 입안을 선보였다. 무엇보다도 이번 3반학생들의 첫번째 디베이트에서는 교차질의와 반박이 돋보였다. 긴박감 넘치는(학생들의 표현대로 박빙의) 교차질의였고, 반박이었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반박 이후 교차질의에서 반대팀의 반박을 맡은 여학생이 찬성팀의 반박을 맡은 남학생의 질문에 말려들어 "그러니까, 셧다운제를 시행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거지요." 라고 자신도 모르게 찬성의 입장이 되어서 발언을 했고, 이를 놓치지 않고 찬성팀의 남학생은 "그렇다면 지금 발언을  저희팀의 찬성의견에 동의하시는 것이라고 봐도 좋습니까?"라고 확인하면서 상대팀을 꼼짝못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이어 여학생의 대답 "그런얘기가 되는 군요. 어.. 그러네요."(모두 웃음)

그러나 이 여학생 이어지는 곧 다시 냉정을 찾고, "하지만 그런 점은 일부 인정하더라도, 저희팀의 기본입장에서 보면 그 생각은 아주 작은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저희팀 의견 전부가 흔들릴만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요."라면서 위기모면. 정말로 대단한 순발력과 기지였다.

지켜보던 두번째 디베이트팀원들 모두 첫번째 디베이트는 승패를 가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이었다는 의견을 모아주었고, 3:3동점으로 무승부를 판정했다.

2라운드 두번째팀의 디베이트 순서에서는 읽기 자료에 대한 이해 정도는 물론이고, 개인이 갖고 있는 배경지식의 활용 정도가 얼마나 디베이트를 풍성하게 하고, 긴박감 넘치게하는지를 보여주는 디베이트였다.

이번 팀도 역시 반박과 교차질의에서 팽팽한 접전이었는데, 찬성팀의 입안에서 '셧다운제를 시행하는 것은 학생들의 수면권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당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공부하느라고 받는 스트레스를 게임을 통해서 풀기도 한다. 그런데 셧다운제를 시행하면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오히려 더 쌓이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논거에 대해 반대팀 입안을 맡은 친구가, "셧다운제의 시행시간은 자정부터인데 요즘 학원들은  학생인권조례에 의해 학원수업을 밤10시 이후에 받지 않는다. 그러면 밤 12시까지 2시간이라는 시간이 있고, 그 시간 동안 게임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아무리 청소년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쓸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스스로 세울 줄 안다." 찬성팀 학생은 "그렇지만 학원에서 돌아와 학원숙제하면 12시가넘는데 그럼 그때 게임을 어떻게 하느냐?" 고 묻자, "자신의 시간 운영은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본다. 셧다운제 때문에 게임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자신때문에 게임을 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문제라면, 부모님과 충분히 협의해 학원에서 돌아와 1시간이나 2시간 정도 날짜나 요일을 정해 게임을 먼저한 후, 학교나 학원숙제를 하는 방법을 택해도 된다"는 의견을 내세우기도 했다.

전체 교차질의 시간에 전체 학생이 골고루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3반 학생 12명 모두 참으로 기특하고 보기 좋은, 훌륭한 디베이터로의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학생들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학생들의 들뜬 목소리. "선생님, 이번 방학이 정말 의미있는 방학이 될 것 같아요." "선생님, 디베이트 신청하길 정말 잘했어요. 정말 재미있어요." "선생님, 신나게 한 판 하고 가요. 다음주에 봬요."

귀여운 친구들. 나도 큰 소리로 행복하게 외친다. "그래, 얘들아! 한 주동안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 우리 열심히 한주 잘보내고, 담주에 보자."

참으로 학생들의 변화와 발전이 기대되는 행복한 병점중학교 캠프였다.

김미숙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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