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재 / 장자중 3학년

지난 여름, 성우 형을 조금씩 도와주며 초등학생들과 입안문을 같이 썼던 경험이 희미해져가던 겨울, 디베이트 자원봉사 캠프가 다시 돌아왔다. 게다가 이번에는 형도 없이 메인코치로 캠프를 진행해야 했는데....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웠다. 디베이트 캠프가 매 방학마다 그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이번엔 전체가 모여 발대식을 진행했다. 거기서 디베이트 캠프와 주니어 코치의 중요성이 강조되자 나는 더욱 부담스러웠다. 3일의 일정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옆에서 성우 형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얘기가 꽤 반갑게 다가오지 않을 수 없었다.

조안초로 나와 같이 가게 된 코치들을 만났다. 좋은 건지 잘 모르겠으나, 내가 청일점이었다. 처음 보는 코치 누나와 보조 교사하는 친구들과 전화번호 교환하고 의논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상당히 어색했지만, 전부 밤 11시까지 준비하는 일을 짜증내거나 멈추지 않았다.

첫째 날, 6학년 3명과 5학년 2명의 디베이트가 이어졌다. 첫 날은 밤 11시까지 준비해간 것을 차근차근 진행해나갔는데, 학생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대충 감도 찾고 틀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보조교사를 한 현지도 메인코치인 내가 놓치는 것이 있을 때마다 잡아주고 보정해주며 열심히 일하여 주었다. 게다가 여학생이 많았던 우리 클래스 분위기도 사실 현지가 좋게 만들어간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점심시간 전에는 즉흥연설, 후에는 디베이트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둘째 날 정도 되면 긴장이 풀어질 법도 한데, 다들 모여 밤까지 열심히 이야기했다. 특히 아팠던 미류 누나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9시부터 교실에 도착해 우리를 기다려주시며 디베이트에 대한 진정한 뜨거운 열정이란 이런 것임을 우리 4명 앞에 보여주었다. 이날 디베이트 주제는 상당히 어려웠고, 그만큼 설명하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주제가 ‘인간복제는 허용해야 하는가’인데 이게 사실 중3 2학기 과학과 기술 시험범위다.) 그래서 현지가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나는 인간복제에 관한 중3 기술 부분의 기억을 되살려 설명했다. 수업 내내 애들이 원하는 내용은 야후, 구글, 네이버까지 3개 포털을 이용하여 리서치하였다. 이 때 들어오신 교장선생님이 우리 수업의 수준에 놀라신 것 같다고 생각하면 단순히 내 추측일까? ㅋㅋ 그리고 다음 날 이어질 합반 수업에서 우리 반 학생들의 활약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리서치해 와줄 것을 애들한테 간곡히 요청했다.

셋째 날에는 합반 수업이었는데, 코치들은 코치대로 학생들은 학생대로 고생했다. 프린트된 뉴스기사 18개가 바닥과 책상에 쌓여 있었고, 뜨거운 공부의 열기 속에 삼다수 1박스는 점심시간이 오기도 전에 바닥을 보였다. 애들은 A4 전체에 장문의 입안문을 적고 4분을 채웠는데, 지난번 캠프에서 대체로 입안이 3분 안에 끝났다는 걸 생각해보면, 6달 사이에 애들의 리서치 범위나 영역이 상당히 확장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 디베이트 역시 이런 5시간에 걸친 대장정 끝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3시까지 설문조사도 했고 마지막 디베이트의 허점을 찾는 시간도 가졌다. 

끝나고 나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 디베이트가 완벽하진 않았더라도,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진행해 주었고, 학생들도 상당히 재미있어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과 좋은 분들을 만나 즐거웠고 마지막까지 애들이 즐거워 한 모습을 생각하니, 돌아오는 경의중앙선 열차에 편안히 발을 옮길 수 있었다. 

초등학생이 주니어 코치에게 전달한 상장

이정훈 / 단대사대부고 1학년

이번에 봉사활동에서는 조안초등학교 때 자료를 많이 활용하였다. 그래서 살짝 준비가 덜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서 활동을 할 때에는 역시 몇 번 해보았기 때문인지 더 자연스럽고 애들과 소통하며 수준에 맞게 가르쳐 줄 수 있었다. 다음에는 준비를 더 하고 더 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등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채점표

김시온 / 천왕중 2학년

<1일차> 캠프에 처음 참가하는 거라서 긴장이 많이 되었다. 9시 정각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초조했다. 10시가 되자 아이들이 다 모였는데 아이들이 하나같이 다 착해보였다. 코치 3명을 다 소개하고 났더니 벌써 분위기가 다 풀어져서 서로 원래 알던 사이인 것 같이 친밀해졌다. 우리 반에는 디베이트 대회에 나가서 우승했던 아이들이 3명이나 있었다. (혜빈, 유민, 동하) '그 아이들을 내가 가르칠 실력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디베이트 형식을 설명하기 전 집체 디베이트와 아이스 브레이킹 즉흥연설을 했다. 확실히 디베이트를 한번 해봤던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말하는 게 훨신 전달력이 있었다. 그래도 디베이트 형식이 어려웠는지 계속 질문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너무 일찍 끝나서 주제 설명, 주제 분석, 배경설명까지 했다. 오후 타임이 너무 많이 비어서 아일랜드 영화를 보여 주고 , 각자 입안서를 쓰게 한 뒤, 1:1 디베이트를 진행했다. 앞에 마주 앉은 사람끼리 입안을 발표하고 입안 교차질의까지만 진행했다. 코치들이 중간 중간에 코칭을 해주었더니 3일째 되는 날에는 훨씬 전달력있게 말했다.

<2일차> (주제 1) 자료들을 나눠주고 자료 분석 찬성=파란색, 반대=빨간색으로 줄 치고 다시 입안서를 작성하게 했다. 예상 외로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1시간30분 소요) 아이들이 열정이 넘쳐서 자신들의 쉬는 시간까지 반납하며 입안을 작성했다. 각자 자료 분석, 입안서 작성이 완료되자, 퍼블릭 포럼 형식대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처음 접한 정식 디베이트에 우왕좌왕했고, 어떻게 말해야 되는지 헷갈려서 힘들어 하기도 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을 갖고 교차 디베이트를 해보기로 했다. 찬성팀 입안을 썼던 아이들은 반대팀 입안을 쓰고, 반대팀 입안을 썼던 아이들은 찬성팀 입안을 써보며 사고력을 길렀다. 그리고 다시 디베이트를 진행하니, 재미있어했다. 그러나 교차질의 때 자꾸 주제에서 벗어난 주제로 교차질의를 했던 것이 아쉽긴 했다. 그래도 아직 초 4학년인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이 리그전이기도 하고, 또 지금까지 한 번도 숙제를 안내줬더니 느슨해진 감도 있어서 (주제 2) 자료 분석 및 찬/반 입안 둘 다 써오기를 숙제로 내줬다. 11시가 넘은 시각에 주제 2의 주제가 뭐냐고 물어본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10시에 다 썼다고 자랑스럽게 문자를 보낸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입안 쓸 때 아이들의 가장 큰 단점이 주장은 좋은데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숙제를 내줄 때 조건을 걸었다. '유인적 요소 3줄, 배경설명 5줄, 근거 6줄 이상 써오기!!!'라고...그랬더니 근거 6줄을 채우려고 글씨를 엄청 크게 쓴 애들도 있고, 자료를 인용해 탄탄한 근거를 써온 아이들도 있었다. 부족한 선생님을 열심히 따라주는 아이들을 보니 너무 행복했다^^

<3일차> 어제 내준 숙제를 다 못한 아이들을 위해 1시간을 주었다. 그러고 나서 주제 2 교차 디베이트를 진행했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 먹고 나서 리그전 준비시간을 가졌다. 1시간 동안 지수랑 나랑 각자 1팀씩 맡아 코칭해주었다. 그리고 나서 2시에 리그전이 시작되자 나랑 지수는 6학년 심판을 봤다. 가장 점수가 높은 두 팀에, 우리 팀 <닭족불>이랑 다인이 언니네 팀 <저승이>가 결승전에 진출해 동점이 나왔다. 그러자 손유정, 손은영 코치님이 우리 팀에게 손을 들어줘서 우리 팀이 1위, 저승이 팀이 2위, 또 다른 우리 팀 백호가 3위를 했다. 우리 반 2팀이 다 순위권 안에 들은 것이다. 엄청 행복했다.

헤어질 때 애들이 울었다... 그리고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 ^^  

초등학생을 지도하는 최정훈 주니어 코치

최정훈 / 늘푸른중학교 3학년

나는 훌륭한 부모님을 둔 덕에 좋은 선생님들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많았다. 이는 내가 잡은 몇 안되는 큰 행운 중 하나라고 자부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업은 복습이나 반복적인 접촉이 없으면 안타깝게도 머리에 오래 남아있지 않는다. 듣는 당시 느꼈던 감동이나 깨달음이 커질수록 여운은 컸다. 그렇기에 이번 캠프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내가 몇 차례 느꼈던 놀라움과 깨달음, 그리고 여운을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

내가 배정받은 반은 처음 온 아이들이 대다수이고 초등학교 시절 최대의 격동기인 5학년과 6학년이 공존하는 반이었다. 그래서 어떠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디베이트를 처음 접해보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50분의 긴 수업시간과 이론 설명은 아이들이 캠프 내내 쉬는시간과 밥시간만 기다리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우리 B반은 디베이트를 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 나가기로 방향을 틀었다. 디베이트 캠프에 와서 디베이트를 어떻게 하는지를 배우고 익히는 것으로 디베이트를 배울 수 있으나, 나는 디베이트가 정정당당하게 상대와 겨루면서 즐거움을 찾는 활동임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소위 아이들 사이에서 말빨로 불리는 빠른 말 속도와 모순들로 상대방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면 승리하는 경기인 말싸움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논리로 잘 다듬어진 예리한 주장으로 대결하는 펜싱의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목표였다.

이러한 목표 탓에 이전 캠프 때와는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PPT의 활용을 줄인 것이다. 팀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PPT이기에 내가 상황에 맞게 들고 싶은 예들을 집어넣기 힘들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번 캠프에서는 대부분의 수업을 아이들이 앉아있는 책상 앞에 의자하나를 가져다 놓고 앉아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었다. 말로 때운다라고도 할 수 있는 수업방식이지만 이 설명엔 어떤 예시를 들어야 이해가 가장 잘 될 것인지, 어떤 때에 농담을 섞어야 수업이 지루해 지지 않을지 등을 고려해야 해서 준비는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아이들의 이해도가 높았고 모두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움을 느꼈다.

또 이전과 달랐던 점은 상대 주장을 반박하는 것에 목마른 고객(?)들의 요구에 맞추어, 교차질의와 반박에 대한 설명을 더 많이 추가한 것이었다. 입안, 반박, 요약, 마지막 초점의 4단계 중에서 가장 수요가 많았던 역할은 역시 반박이었다. 반박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디베이트 주장의 집 그림자료를 적극 활용하여 주장을 무너뜨리는 여러 갈래의 길을 소개해주었다. 배운 것을 많이 써먹어 보라고 모든 교차질의를 전체 교차질의로 바꾸어 수업을 진행하였다. 반박을 시작으로 디베이트에 흥미를 붙여나가는 아이들을 보고 정말 만족스러웠다. 첫 반박과 교차질의 때 서로 총알이 부족한 장면이 연출되어 집에서 자료조사 열심히 하면 상대보다 많은 장탄수를 가질 수 있다고 하니 다음날 기사란 기사는 다 긁어온 아이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나는 아이들이 이번 캠프로 인해서 디베이트라는 활동에 대해 거리감을 줄이고 즐거움을 찾기를 바랬다. 그런 의미에서 캠프 마지막 날 아이들을 보니 그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 한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내가 이전에 느낀 감동을 전달하는 것은 실패였다. 결승전에서 4학년의 어린 학생들이 교실 한가운데에 마주보고 앉아 서로 날카로운 질문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 3일 동안 빠르게 성장한 아이들과 성장시킨 코치에게 놀랐었다. 그 후 나는 좋은 선생님들은 감각적으로 아이들의 흥미 또한 만족시키며 지식적인 내용까지도 머릿 속에 자리 잡게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목표를 달성해 뿌듯하기도 하였으나 내가 느꼈던 감동, 그리고 나의 목표인 과목이 좋아지게 할 정도의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기에 다음 캠프 때는 더 나은 선생이 되어 흥미와 주제 두 토끼를 모두 잡아보여 내가 느꼈던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디베이트신문  Editor@KoreaDebat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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